“비상시 먼 길 돌아 마스크 받아 가라?”… 경주시·한수원 ‘탁상 대피’에 분통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주민 방호용품, 세대 배부 외면한 채 마을회관 비치 고수

사고 발생 시 골든타임 수 분인데… “차량 막히고 오염 노출될 때까지 기다리나”

한수원이 경주시민을 대하는 태도



[사회안전학교폭력예방신문= 이동훈 기자] 원자력발전소 비상 상황 발생 시 주민 생명과 직결되는 방호용품(방독면 및 방호마스크) 지급 방식을 두고 경주시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탁상행정과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경주시와 한수원은 방사선비상계획구역(EPZ) 내 주민들을 위한 대피용 방호마스크와 갑상선 방호약품 등을 각 가정이 아닌 행정복지센터나 마을회관, 비상 대피시설 등에 일괄 보관·비치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중앙 집결식 지급 방식’이 원전 사고라는 초유의 재난 상황에서 전혀 현실성이 없다는 점이다.


■ "이동 중 방사성 물질 노출 위험… 목숨 걸고 마스크 받으러 가라는 꼴"

원전 비상 상황이 선포되면 주민들은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신속하게 실내 대피를 하거나 지정된 구호소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상으로는 비상 상황이 터지면 주민들이 무방비 상태로 마을회관이나 보관 장소까지 이동해 줄을 서서 마스크를 지급받은 뒤 다시 대피해야 하는 구조다.


지역 주민 A씨는 “초를 다투는 재난 상황에서 차량이 엉키고 혼란이 극에 달할 텐데, 마스크를 받으려고 보관소로 이동하다가 방사성 먼지를 다 마시라는 말이냐”라며 “주민의 안전보다 물품 관리나 예산 편의만 따지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방사성 에어로졸(미세입자) 차단이 핵심인 방사능 재난에서 이동 시간 지연은 곧 대규모 내부 방사능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집결지 수령 방식은 도로 병목 현상과 수령 과정에서의 혼란을 야기해 대피 골든타임을 스스로 놓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 유통기한·예산 핑계 대는 당국… “주민 생명보다 행정 관리가 우선인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지자체와 한수원 측은 방호용품의 유효기간 관리, 폐기·손실 우려, 예산 한계 등을 이유로 가정별 사전 배부 방식에 난색을 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생명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방재 당국의 책임 유기라는 목소리가 높다. 관리가 용이하고 보관이 간편한 특급 방진·방호 마스크(KF94/N95 이상)를 각 세대별 비상 배낭용으로 사전 보급하고, 정기적으로 교체해 주는 시스템만 갖춘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전 관련 전문가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재 체계가 대대적으로 개편되었다고 하지만, 정작 가장 기본이 되는 ‘주민 초동 방호’는 여전히 과거의 관성에 갇혀 있다”라며 “경주시와 한수원은 말로만 ‘시민 안전 최우선’을 외칠 것이 아니라, 각 가정에 방호용품을 즉시 사전 배부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와 예산안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 “실질적 대피 매뉴얼 전면 재검토해야”

원전 소재 지자체로서 국가 에너지 정책의 부담을 안고 살아온 경주시민들은 더 이상 형식적인 보여주기식 대피 훈련과 매뉴얼에 속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원전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진다. 경주시와 한수원이 지금이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하여, 거주지 내 즉각 착용이 가능한 ‘가정별 방호용품 사전 지급 제도’를 조속히 도입할 것을 지역 사회는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작성 2026.10.21 09:05 수정 2026.10.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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