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추천도서] 가벼운 ‘아빠’에서 무거운 ‘아버지’로…한 영업사원 가장의 편지

기자 출신 이범석 작가, 에세이 『당신은 아빠입니까 아버지입니까』 출간

 

30년 동안 언론 현장을 지켜 온 이범석 작가가 에세이 『당신은 아빠입니까 아버지입니까』(부제 「21세기 가장들에게 묻다」)를 부크크에서 펴냈다. 지난 26일 발행된 이 책은 A5 판형 254쪽 분량으로, 프롤로그와 5부 60편의 글, 에필로그로 구성됐다.

 

이 작가는 기자와 편집국장으로 지낸 치열한 현장의 경험을 『검은바다』 『아프지만 아름다운 사랑』 『검은 문』 등 소설 세 권에 녹여 냈다. 이번에는 시선을 가까운 곳으로 돌렸다. 세일즈맨이라는 평범한 한 가장의 삶을 통해, 지극히 현실적인 오늘날 가장들의 심적 갈등을 그려 내며 이 시대 아버지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책은 삼십 년 동안 자동차를 판 영업사원 강대수가 딸 서윤과 아들 민재, 그리고 같은 길을 걷는 독자에게 쓰는 서간체 에세이다. 시승차 뒷좌석에 처음 카시트를 달던 밤, 계약 한 건을 아이 분유값으로 환산하던 시절의 ‘가벼운 아빠’가 출발점이다. 어느 겨울 오후 딸이 처음으로 “아버지”라고 부른 날을 기점으로, 가장의 무게가 달라지는 과정이 이어진다.

 

 

1부 ‘아빠의 시간’에서 5부 ‘다시, 아빠’까지 구성은 시간순이다. 2부 ‘이름이 바뀌는 문턱’은 아이와의 거리가 달라지는 시기의 집안 풍경을, 3부 ‘아버지의 무게’는 학원비와 등록금, 실적표, 명예퇴직 면담, 가족에게 말하지 못한 한 달을 담았다. 4부 ‘두 사람의 가장’은 딸의 결혼식과 사돈과의 만남을 다룬다. 5부에서 주인공은 새 일터를 열고 손주의 카시트를 설치하며 다시 ‘아빠’의 자리로 돌아온다.

 

기자 특유의 건조한 관찰이 감정을 앞세우지 않는 문장으로 이어지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책에서 아버지는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호소하지 않는다. 퇴근길 현관문 틈으로 들어오던 아이의 손가락 네 개, 말하지 못해 수첩에만 적어 둔 숫자들 같은 구체적인 장면이 가장의 속마음을 대신 말한다. 본문 중 “단어 하나가 바뀐 것뿐인데, 저는 서윤이가 갑자기 어른이 되어 제 앞에 선 것 같았습니다.”라는 대목은 호칭의 변화가 가족 관계에 남기는 무게를 짧게 보여 준다.

 

 

책은 위로를 서두르지 않고 질문으로 끝난다. “그리고 당신의 아이는, 오늘 당신을 어떤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까.” 연필과 잉크 느낌의 삽화가 각 부와 장의 첫머리에 실려 읽는 호흡을 돕는다.

 

이 작가는 에스엠미디어그룹과 토요경제신문 편집국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경제미디어 편집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번 책에서는 이야기의 자리에서 한 걸음 물러나 한 아버지의 목소리로 글을 썼다. 부크크 온라인 서점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작성 2026.10.28 11:30 수정 2026.10.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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