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① [AI 교육 정답을 아십니까?] AI는 이미 교실에 들어왔다… 대한민국 교육은 준비됐는가?

대입 논술시험서 ‘AI 스마트안경’ 잇단 적발... 학생들의 AI 활용은 일상, 교육 현장의 준비는 어디까지 왔나

 

                                                                                                                                                                                                AI생성이미지

시험 도중 수험생의 안경이 바뀌었다. 감독관은 시험 시작 전 확인했던 안경과 모양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확인 결과, 수험생이 착용한 것은 인공지능(AI) 기능을 갖춘 스마트안경이었다.

지난 10월 10일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치러진 2027학년도 수시 자연·통합계열 수학 논술시험에서 벌어진 일이다. 해당 수험생은 사전 확인 때 일반 안경을 쓰고 있다가 시험이 시작된 뒤 스마트안경으로 바꿔 착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독관의 보고를 받은 고사본부는 안경을 수거했고, 수험생도 착용 사실을 인정했다.

 

일주일 전인 3일 서울시립대학교 자연과학계열 논술시험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반 안경으로 수험표 검사를 통과한 수험생이 시험 도중 스마트안경을 착용하다 적발됐다. 학교 측은 즉각 퇴실 조치하고 향후 3년간 응시자격을 제한했다.

다만 두 사건 모두 스마트안경 착용이 확인됐을 뿐, 실제 AI를 이용해 답안을 생성하거나 외부로 전송했는지까지 밝혀진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학입시 시험장에서 이러한 기기가 잇따라 적발됐다는 사실은 교육계에 결코 가볍지 않은 숙제를 남겼다.

 

AI가 학생들의 학습도구를 넘어 시험의 공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수단으로까지 등장한 것이다. 시험감독을 강화하는 일도 시급하지만, 이번 사건은 우리 교육이 기술의 변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대비해 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시험장에 나타난 AI, 교실은 이미 달라졌다

 

대학가도 대응에 나섰다. 한양대학교와 국민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등은 AI 스마트안경을 비롯한 전자기기의 시험 중 사용을 금지하는 지침을 안내했다. 서울과학기술대는 부정행위 적발 시 F학점 부여와 추가 징계 가능성까지 명시했다.

일반 안경과 구별하기 어려운 스마트기기가 시험장에 등장하면서 기존 감독방식의 허점도 드러났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데 이를 관리하는 제도와 기준은 그 변화를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번 사건을 AI의 부작용만으로 해석할 일은 아니다. 학교와 가정에서 AI는 이미 학생들의 일상적인 학습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부정행위는 엄정하게 다루되, 교육에 가져올 변화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학생들의 AI 활용 실태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충남대학교 교육연구소가 발행하는 학술지 「교육연구논총」 2026년 제47권 제3호에 게재된 안윤미·김유하·이서희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서울지역 중·고등학생 2만6,531명 가운데 94.6%가 생성형 AI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교과별로는 국어와 영어의 활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중학생은 학교 수업에서, 고등학생은 혼자 공부하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여서 전국의 실태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AI가 학생들의 학습방식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보여준다.

모르는 수학 개념을 질문하고, 영어 문장을 교정받거나 긴 글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는 일도 이제는 어렵지 않다. 학생은 필요할 때마다 AI에게 설명을 요청할 수 있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다시 묻는 것도 가능하다.

 

교과서와 참고서, 교사의 설명에 주로 의존했던 학습환경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방대한 정보를 이전보다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됐고, 그만큼 학습의 선택지도 넓어졌다.

그러나 정보를 빨리 얻는 것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AI가 작성한 내용을 읽고 정리했다고 해서 그 내용이 온전히 학생 자신의 지식이 됐다고 볼 수는 없다. 학습 과정에서 어디까지를 AI에 맡기고 무엇을 직접 해야 하는지,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AI 중점학교 1,141개교… 정책보다 중요한 현장의 준비

 

교육당국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9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지역 여건과 학교 특성을 고려해 자체 선정한 AI 중점학교 1,141개교를 본격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중점학교에서는 AI 관련 교육시간을 확대하고 국어·수학·과학·사회 등 여러 교과에 AI를 접목한 융합교육을 추진한다. 학생들이 기술을 안전하고 책임 있게 활용하도록 AI 윤리교육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올해 특별교부금 385억 원을 지원하고, 중점학교를 2027년 1,500개교, 2028년 2,000개교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AI 교육을 학교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적 움직임이 본격화된 셈이다.

학교의 준비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추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교육과정이라도 교사의 활용 경험이나 학생들의 정보 접근성에 따라 수업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정책 확대가 실제 교육의 변화로 이어지는지 살펴야 한다.

 

교사들의 고민도 적지 않다. 학생이 AI의 도움으로 과제를 작성했다면 어디까지를 자신의 학습 결과로 인정해야 할까. AI를 활용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야 공정할까. 기존 수업과 평가방식만으로 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정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자녀가 AI로 숙제를 해결하면 부모는 학습 효율이 높아졌다고 반겨야 할지, 스스로 생각하는 기회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해야 할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AI에 익숙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부모 사이에 이해의 간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학교에서는 교육적 활용을 권장하는데 가정에서는 무조건 사용을 금지한다면 학생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AI 교육을 학교만의 과제로 남겨둘 수 없는 이유다. 학생의 배움을 중심에 놓고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AI가 답을 주는 시대, 교육은 무엇을 남겨야 하나

 

유네스코(UNESCO)는 2024년 발표한 학생 AI 역량 프레임워크에서 인간 중심 사고, AI 윤리, AI 기술과 활용, AI 시스템 설계 등 네 가지 영역을 제시했다. 기술을 다루는 능력뿐 아니라 인간의 판단과 책임,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함께 길러야 한다는 취지다.

이러한 국제적 논의가 우리 교육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사용법을 익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학생이 AI의 결과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자신의 학습에 활용하는지도 교육의 중요한 영역이 되고 있다.

 

대학입시 스마트안경 사건은 그 변화의 단면이다. 한쪽에서는 AI가 학습의 편리함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험의 공정성과 평가 기준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같은 기술을 놓고 교육 현장이 서로 다른 과제에 직면한 것이다.

이제 학교는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할 것인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실제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살펴야 한다. 학부모 역시 자녀의 AI 활용을 어떻게 이해하고 지원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전국학운위연합신문은 「AI 교육 정답을 아십니까?」 기획특집 5부작을 통해 이러한 교육 현장의 변화를 짚어보고자 한다. AI가 가져온 기회와 우려를 살펴보고, 국내외 교육의 흐름과 학생 중심 교육체계의 방향,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까지 차례로 모색할 예정이다.

 

AI는 이미 교실에 들어왔다. 학생들은 이를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학교와 가정은 새로운 교육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만큼 그 기술을 올바르게 활용하도록 가르칠 준비도 이루어지고 있는가. 대학입시 시험장에서 발견된 스마트안경 하나가 대한민국 교육에 던진 질문이다.

 

다음 제2편에서는 「AI가 답을 주는 시대… 우리 아이들의 생각은 누가 키우는가?」를 통해 AI가 가져온 학습의 가능성과 사고력·창의력·학습 의존 및 교육격차 문제를 심층 진단한다.

 

작성 2026.10.28 15:56 수정 2026.10.2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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