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의 대표 문화자산인 ‘가고파’의 가치를 현대적 도시 브랜딩 전략으로 재해석하고,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지역 근대 민족교육의 산실이었던 창신학교의 인재 양성 정신을 통해 침체된 마산 원도심의 부활과 미래 비전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창원특례시가 주최하고 (사)남하이승규노산이은상기념사업회(회장 윤봉현)가 주관한 ‘2026 학술 토크콘서트: 마산의 빅 브랜드 가고파의 힘 — 역사와 문학에서 도시문화와 지역의 미래를 찾다’가 10월 31일(토) 오후 2시 마산합포구청 2층 대회의실에서 시민과 학계,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행사는 창원특례시의회와 (사)3·15의거정신계승회가 후원하고 BNK경남은행과 NH농협은행이 협찬했다.
식전 공연 및 개회… “가고파 정신으로 ‘다시 찾아오는 마산’ 만들 것”
가음합창단(지휘 김귀자)의 ‘봄처녀’, ‘동무생각’, ‘가고파’ 등 노산 이은상 작사 가곡 합창으로 시작된 행사는 참석 시민들이 함께 합창하고 ‘가고파의 힘’ 피켓을 들며 희망을 모으는 뜨거운 분위기 속에 막을 올렸다.

윤봉현 회장은 인사말에서 “마산국화축제 개막을 앞둔 시점에 기존의 정형화된 학술 세미나 형식을 벗어나 시민과 청년, 소상공인, 예술가가 함께 모이는 열린 대화의 장을 열게 됐다”며 “마산 고유의 문화자산인 ‘가고파’가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고, AI 시대 새로운 도시문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의 길을 열어가자”고 밝혔다. 이어 1906년 독서숙으로 시작해 근대 민족교육의 기틀을 세운 남하 이승규 지사와, 독립운동 및 국학 연구에 헌신한 노산 이은상 선생의 업적을 기렸다.


조우성 기념사업회 수석부회장 역시 “마산의 정서에 깔린 가고파 정신을 회복해 ‘떠나가는 마산’을 ‘찾아오는 해양도시’로 만드는 것이 핵심 취지”라며, 창원시와의 긴밀한 협력 속에 가고파 정신을 마산 3·15의거의 역사와 연계한 도시 브랜딩으로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제1부 & 제2부: ‘마산 사나이’의 외침과 근대 민족교육 ‘창신학교’ 학술 조명
제1부 여는 마당에서는 민속씨름 ‘뒤집기의 달인’으로 잘 알려진 이승삼 MG새마을금고 씨름단 감독이 ‘가고파 정신과 마산 사나이’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맡았다. 이 감독은 모래판 위에서 수많은 역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고향 마산의 품과 시민들의 응원이었다고 회고하며 “고향은 단순한 행정구역이 아니라 사람을 길러내고 쓰러졌을 때 다시 일으켜 세우는 마음속 깊은 힘이자 자부심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세대에게 “가고파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도시의 미래를 여는 주역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제2부 학술발표에서는 문학박사이자 (전)산청교육장인 김덕현 박사가 ‘대일항쟁기 사립학교를 통한 민족계몽운동: 창신학교와 오산학교 비교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김 박사는 1900년대 초 마산항 개항 전후의 시대적 격변기 속에서 남하 이승규 지사가 마산포교회 독서숙을 기반으로 설립한 창신학교(1908년)와 평북 정주에서 남강 이승훈 선생이 설립한 오산학교(1907년)를 비교 분석했다.
김 박사는 “두 학교 모두 기독교적 박애와 민족정신, 체육·예술 활동을 통한 협동심 함양을 강조했으나, 오산학교가 전국 확산형이었다면 창신학교는 철저히 지역 공동체에 밀착하여 인재를 양성한 실천형 민족교육 기관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확, 이윤재, 김윤경 등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스승들이 학생들을 지도했고, 이은상·이극로·이일래 등 문학과 국어학, 동요 분야의 대표적 인물들을 배출하며 마산 3·1 만세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지정토론에서는 배영헌 전 창신중·고등학교 교장이 나서 “창신학교의 역사는 단순한 건물이나 제도의 기록이 아니라, 암흑기에 지식 교육을 넘어 우리말과 얼, 자주독립 정신을 길러낸 ‘사람의 역사’”라며 연구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구체적인 보완 과제를 제안했다. 이어 토론자로 참여한 창신고등학교 1학년 김준목 학생은 “우리가 다니는 학교에 독립운동과 한글 지키기에 앞장선 스승과 선배들이 계셨다는 사실에 큰 자긍심을 느낀다”며 “가고파가 청년 세대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버스킹이나 퓨전 국악 등 청소년 참여형 문화 행사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는 참신한 제안을 내놓았다.


이어 지정토론자로 단상에 오른 창신고등학교 1학년 김준범 학생은 ‘창신학교의 정의로운 역사와 가고파의 문화적 자산’을 발표하며 재학생의 시선에서 마산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김 군은 “선배들의 숭고한 민족정신과 정의로운 역사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가고파의 시적 배경인 마산 앞바다에서 참여형 음악회를 여는 등 청년층의 관심을 이끌어낼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가고파’를 미래세대가 즐기는 도시 자산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플로어 자유토론에서는 김해 출신 김정권 전 국회의원(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참여해 “보성 벌교의 태백산맥 조정래 문학관이나 옥천의 정지용 문학관처럼, 마산도 이은상 선생의 시조와 문학, 3부자 독립운동 정신을 아우르는 상징적 문학 거점과 문화 브랜딩을 더욱 적극적으로 키워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제3부: 청년 소상공인의 현장 목소리와 시조 낭송 어울림
제3부 ‘시민 오픈마이크 & 문화공연: 당신의 마산, 우리의 미래’에서는 세대를 아우르는 현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가 기억하는 마산의 골목과 시장, 그리고 가고파’ 코너에서는 SNS 채널 ‘밥찰스’를 운영하며 창동 골목길에서 빈티지 의류점 ‘빈티지 서랍장’을 운영하는 청년 소상공인 박창민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박 대표는 창동 골목길에서 겪은 도전과 야시장 마켓 기획, 로컬 맛집 및 상인 콘텐츠 제작 경험을 생생하게 나누며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마산에 머물 수 있도록 골목 상권과 지역 스토리를 현대적인 감각의 콘텐츠로 살려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경남창원시낭송협회의 ‘노산 이은상의 시조, 낭송 퍼포먼스’에서는 노산이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며 썼던 옥중 시조 ‘어머님께 드리는 편지’, ‘ㄹ 字’, ‘고지가 바로 저긴데’ 등이 장엄한 낭송과 음악으로 재현되어 청중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행사는 소프라노 김하정의 독창 ‘가고파를 노래합니다’, 김정한 경남대 미래라이프대학 겸임교수의 ‘예향의 도시 가고파 마산과 AI’, 창원시합기도협회 노정현 회장의 ‘가고파와 함께하는실전 무술합기도 시범, 백운옥 경남디카시예술협회장의 ‘노산 이은상의 발자취를 찾아서’ 등 다채로운 발표와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2026 학술 토크콘서트는 남하 이승규와 노산 이은상으로 이어지는 지역의 역사·교육 유산과 대표 명곡 ‘가고파’를 과거의 유물에 가두지 않고, 창동·어시장 등 원도심 상권과 마산만의 해양 관광 자원을 묶어내는 현대적 도시 브랜딩 전략으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