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만원으로 내 집 마련과 노후 준비, 동시에 하는 법"… 미래에셋 손봉균 매니저

"주식 공부보다 자산관리가 먼저"

최근 주식과 ETF 투자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직장인 사이에서 증권 계좌 개설은 이제 기본이 됐고, 퇴근 후 시황을 챙겨 보는 이들도 흔하다. 하지만 정작 '내 돈 전체를 어떻게 배분하고 지킬 것인가'라는 자산관리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인 상속·절세와 고액자산가 자산배분, 직장인 자산관리를 함께 다루고 있는 미래에셋 손봉균 매니저는 "투자에 대한 관심은 크게 늘었지만, 그보다 더 넓은 개념인 자산관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오히려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 괴리가 많은 근로자들이 열심히 모으고도 목표에 닿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재테크는 '수익률', 자산관리는 '설계'

 

손 매니저는 먼저 재테크와 자산관리의 차이를 짚었다. 

 

그는 "재테크가 '어디에 투자해 얼마를 벌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라면, 자산관리는 '내 소득과 지출, 부채, 세금, 위험, 그리고 인생의 목표를 하나의 흐름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것은 자산관리의 일부일 뿐"이라며 "어떤 계좌에 담을지, 언제 필요한 돈인지, 세금은 어떻게 매겨지는지, 대출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함께 보지 않으면 같은 수익을 내도 손에 남는 돈은 크게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투자 자체에 대해서도 한 가지 지표만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손 매니저는 "투자를 하더라도 기업의 재무제표와 함께 금리·환율·물가 같은 거시 지표를 같이 봐야 한다"며 "금리가 내려가는 시기에는 채권 가격이 오르고 미래 이익의 비중이 큰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받는 경향이 있고,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금리 인하 기대가 꺾이면서 시장 전체가 흔들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이미 가진 해외 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는 커지지만, 환율이 높은 시점에 새로 사면 이후 환율이 내려갈 때 환차손을 볼 수 있다"며 "같은 종목이라도 언제, 어떤 환경에서 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월 200만원, '세로'가 아닌 '가로'로 모아야

 

월 200만원 안팎을 저축할 수 있는 근로자가 내 집 마련과 노후 준비를 동시에 해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손 매니저는 '가로저축'과 '세로저축'의 개념을 꺼냈다.

 

그는 "많은 분들이 결혼자금을 먼저 모으고, 그다음 집, 그다음 노후 순서로 하나씩 해결하려 한다. 이것이 목표를 순서대로 쌓아 올리는 '세로저축'"이라며 "문제는 노후자금처럼 시간이 가장 큰 무기인 목표가 늘 맨 뒤로 밀린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가로저축'은 단기·중기·장기 목표를 처음부터 나란히 놓고, 금액이 작더라도 동시에 준비하는 방식이다. 손 매니저는 "비상금과 단기 자금, 내 집 마련을 위한 중기 자금, 노후를 위한 장기 자금을 각각 성격에 맞는 그릇에 동시에 담아야 한다"며 "특히 노후자금은 금액보다 시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리 효과를 예로 들었다. 연 6% 수익률을 가정했을 때, 25세부터 매달 30만원씩 10년만 넣고 이후 추가 납입 없이 60세까지 둔 A씨의 원금은 3,600만원이지만 60세 시점 평가금액은 약 2억 2,000만원이 된다. 반면 35세부터 60세까지 25년 동안 매달 30만원을 꾸준히 넣은 B씨는 원금이 9,000만원으로 A씨의 2.5배지만 평가금액은 약 2억 800만원으로 오히려 A씨보다 적다.

 

손 매니저는 "10년 먼저 시작한 사람이 절반도 안 되는 원금으로 더 큰 결과를 만든다"며 "세로저축으로 노후를 맨 뒤에 두면 바로 이 10년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ISA·연금저축·IRP·퇴직연금… "계좌마다 역할이 다르다"

 

가로저축의 핵심은 목적에 맞는 계좌를 고르는 일이다. 손 매니저는 "ISA, 연금저축펀드, IRP, 퇴직연금은 모두 '절세 계좌'로 묶여 이야기되지만 실제로는 역할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비교적 유연하게 쓸 수 있어 내 집 마련 같은 중기 목표에 맞고, 연금저축과 IRP는 연간 합산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대신 중도 인출에 제약이 있어 노후 자금에 맞는 계좌다. ISA 만기 자금을 연금계좌로 옮기면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두 계좌를 연결해 설계하는 것도 방법이다.

 

퇴직연금에 대해서도 "본인 회사가 DB형(확정급여형)인지 DC형(확정기여형)인지조차 모르는 근로자가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그는 "DB형은 퇴직 시점의 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급여가 정해지고 운용 책임이 회사에 있는 반면, DC형은 회사가 매년 적립한 금액을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고 그 결과가 퇴직급여가 된다"며 "임금상승률이 높은 직장인지, 직접 운용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지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반드시 한 번은 점검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절세계좌, 세금을 안 내는 게 아니라 나중에 내는 것"

 

손 매니저는 이들 계좌에 대한 이해가 대부분 '겉핥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은 ISA나 연금저축, IRP를 아는 분들이 많아졌지만 대부분 '넣으면 세금 혜택을 받는 통장' 정도로만 알고 있다"며 "넣을 때 받는 세액공제만 보고, 나중에 받을 때 내야 할 세금은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금저축과 IRP에서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금과 그 운용수익은 연금으로 받을 때 연금소득세(3.3~5.5%)가 부과되고, 연금이 아닌 방식으로 중도에 찾으면 16.5%의 기타소득세가 붙는다. 퇴직연금 역시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30~40% 감면받을 뿐, 세금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ISA도 비과세는 순이익 200만원(서민형 400만원)까지이고, 이를 넘는 수익에는 9.9%가 과세된다.

 

손 매니저는 "연금계좌의 세제혜택은 세금을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과세 시점을 뒤로 미뤄주는 '과세이연'에 가깝다"며 "그 사실을 알고 설계하는 사람과 모르고 채우기만 하는 사람의 결과는 은퇴 시점에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꾸준히 잘 모을수록 종합과세의 문턱에 가까워진다"

 

손 매니저는 특히 "아이러니하게도 복리로 꾸준히 잘 모은 사람일수록 세제혜택의 한도에 먼저 부딪히고, 종합과세의 문턱에 가까워진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30세부터 연금저축에 매달 50만원씩 30년간 넣고 연 6%로 운용하면 60세에 약 5억원이 쌓인다. 이를 20년에 걸쳐 나눠 받으면 연간 수령액은 약 3,650만원 수준이다. 그런데 연금저축·IRP 같은 사적연금은 세액공제분과 운용수익에서 나오는 연금이 연 1,500만원을 넘는 순간, 초과분이 아니라 수령액 전액에 대해 종합과세 또는 16.5% 분리과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 경우 16.5% 분리과세를 택하면 연간 세금은 약 600만원, 20년간 약 1억 2,000만원에 이른다. 같은 금액에 5.5%의 저율 연금소득세가 적용됐다면 20년간 약 4,000만원이었을 세금이 3배로 불어나, 약 8,000만원을 더 내게 되는 셈이다. 

 

종합과세를 택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돼 소득 구간에 따라 최고 49.5%(지방소득세 포함)의 누진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손 매니저는 "30년 동안 매달 아껴 모은 돈의 상당 부분이, 받는 방법 하나를 몰라서 세금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종합과세의 위험은 연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손 매니저는 "연금계좌와 ISA를 채우고 남은 돈은 결국 일반 계좌에 쌓이게 되는데, 이 자산이 커져 이자·배당 같은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해 과세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5억원을 연 4%의 이자·배당 자산에 두면 금융소득만 연 2,000만원이 된다. 근로소득 과세표준이 1억원대인 직장인이라면 2,000만원을 넘는 금융소득에 지방소득세 포함 38.5%의 세율이 적용돼, 원래 원천징수 세율(15.4%)의 2.5배 수준을 내게 된다.

 

그는 "은퇴 후에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나 건강보험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세금은 수익률을 갉아먹는 가장 확실한 비용이고, 수익률은 시장이 정하지만 세금은 설계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이 하는 대로 ISA, 연금저축, IRP 세 계좌를 채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모으는 단계부터 수령 시점의 세금까지 거꾸로 계산해, 과세 구조가 서로 다른 계좌와 상품에 나눠 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세법상 요건을 갖추면 수익에 비과세가 적용되는 장기 상품도 있는 만큼, 어떤 돈을 어떤 그릇에 담을지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바뀌는 대출 규제, "혼자 다 챙기기는 어려운 구조"

 

내 집 마련 과정에서는 대출 규제가 또 하나의 변수다. 손 매니저는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상한, 스트레스 DSR 적용, 지역별로 다른 LTV 등 최근 1~2년 사이 대출 규제가 여러 차례 바뀌었다"며 "같은 연봉이라도 언제, 어디서, 어떤 조건으로 집을 사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대출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DSR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소득과 비교하는 지표"라며 "집을 사기 몇 년 전부터 다른 부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결국 대출 한도로 이어진다. 내 집 마련은 계약 직전이 아니라 저축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준비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자산관리의 바탕은 결국 근로소득"

 

손 매니저가 인터뷰 내내 가장 강조한 것은 의외로 투자가 아닌 '근로소득'이었다.

 

그는 "월 200만원을 모으는 사람에게 수익률 1~2%포인트 차이보다 더 큰 변화를 만드는 것은 저축 여력 자체를 키우는 일"이라며 "모든 자산관리의 출발점은 근로소득이고, 근로자가 가장 집중해야 할 곳도 결국 본업에서의 성장"이라고 말했다.

 

"모으는 것만큼 지키는 것도 자산관리"

 

손 매니저는 근로소득이 바탕인 만큼, 그 소득이 멈췄을 때를 대비하는 것도 자산관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로저축은 매달 들어오는 근로소득이 있다는 전제 위에서만 돌아간다"며 "큰 질병이나 사고로 몇 달만 일을 쉬어도 저축이 멈추는 것은 물론이고, 치료비와 생활비를 위해 그동안 모은 ISA나 연금을 깨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연금계좌를 중도에 해지하면 앞서 말한 16.5%의 기타소득세까지 떠안게 된다"며 "수익률을 높이는 것보다 계획이 중간에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것이 먼저"라고 설명했다.

 

"한 번 설계로 끝나지 않는다… 인생 이벤트마다 다시 점검해야"

 

손 매니저는 자산관리가 한 번의 설계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취업, 이직, 결혼, 출산, 내 집 마련처럼 인생의 큰 이벤트가 생길 때마다 소득과 지출, 세금 구조가 모두 바뀐다"며 "그때마다 계좌와 비중을 다시 맞추지 않으면 처음 세운 계획은 금세 현실과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직할 때 퇴직금을 IRP로 받은 뒤 별생각 없이 해지해 생활비로 써버리는 경우를 대표적인 실수로 꼽았다. 그는 "그 순간 퇴직소득세 감면 혜택도, 노후 자금의 씨앗도 함께 사라진다"고 말했다. 

 

결혼 후에는 부부의 소득과 계좌 명의를 어떻게 나눌지도 중요하다. 연금 수령 시 1,500만원 기준은 부부 합산이 아니라 개인별로 적용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명의를 나눠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은퇴 후 세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도 결국 또 하나의 근로시간"

 

손 매니저는 "재무제표와 경제지표, 세법, 대출 규제까지 혼자서 공부하는 것도 결국 또 하나의 근로시간"이라며 "그 시간을 본업의 역량과 소득을 높이는 데 쓰고, 계좌 설계나 세금, 대출, 위험 관리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시간과 비용 모두에서 이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테크는 혼자서도 시작할 수 있지만, 자산관리는 인생 전체를 보는 일이기 때문에 함께 설계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중요한 것은 많은 정보를 아는 것이 아니라, 내 상황에 맞는 구조를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두고 꾸준히 점검하며 지켜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봉균 매니저가 제안하는 '자산관리 자가진단']


아래 질문 중 바로 답하기 어려운 항목이 있다면, 지금이 자산관리를 점검할 때다.

 

1. 우리 회사 퇴직연금이 DB형인지 DC형인지, 지금 적립금이 얼마인지 알고 있는가?


2. 지금 내 소득과 부채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한도(DSR)를 알고 있는가?


3. 내가 모은 연금을 은퇴 후 받을 때, 매년 세금이 얼마나 나갈지 계산해 본 적이 있는가?


4. 투자할 때 기업의 재무제표는 물론 금리, 환율, 소비자물가 같은 경제지표를 함께 보고 판단하고 있는가?


5. 질병이나 사고로 6개월간 일을 쉰다면, 지금의 저축 계획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가?

 

※ 본문 예시는 연 6% 수익률 등을 가정한 세전 단순 계산으로, 실제 수익률과 세금은 개인 상황과 세법 개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성 2026.11.05 15:30 수정 2026.11.0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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