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② [AI 교육 정답을 아십니까?] AI가 답을 주는 시대... 우리 아이들의 생각은 누가 키우는가?

AI 활용 연습문제 점수 48% 높았지만… AI 없이 치른 시험에선 17% 낮아 학습 혁신의 가능성과 AI 의존의 그늘… 사고력·창의력·교육격차를 진단하다

2025년 6월 온라인 공개된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연구 결과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진 등이 튀르키예의 한 고등학교에서 약 1,0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생성형 AI가 수학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AI생성이미지

AI의 도움을 받아 수학 문제를 풀던 학생들이 있었다. 어려운 문제도 막힘없이 해결했다. 연습문제 성적은 크게 올랐다. 그런데 AI를 사용할 수 없는 시험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처음부터 AI 없이 공부했던 학생들보다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2025년 6월 온라인 공개된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연구 결과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진 등이 튀르키예의 한 고등학교에서 약 1,0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생성형 AI가 수학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일반적인 챗봇 형태의 AI와 교육용으로 설계한 AI를 제공하고, 교재만으로 공부하는 비교집단과 학습 성과를 대조했다. 일반형 AI를 사용한 학생들의 연습문제 평가점수는 비교집단보다 48% 높았다. 그러나 AI 없이 치른 시험에서는 오히려 비교집단보다 17% 낮았다.

 

반면 정답을 바로 알려주기보다 교사가 설계한 힌트와 풀이 방향을 제공하는 교육용 AI 집단은 연습문제에서 비교집단보다 127%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후 AI 없이 치른 시험에서는 비교집단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성적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 학교의 수학 과목을 대상으로 진행된 단기 실험이므로 모든 학생의 학습에 동일한 결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AI의 도움으로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과 학생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학생들이 AI로 만들어낸 결과물은 훌륭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이해하고 배웠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AI가 학습의 조력자가 될 수도, 학생의 사고 과정을 대신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교육계가 주목할 만한 연구다.

 

정답을 얻는 능력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생성형 AI가 학습에 가져온 변화는 적지 않다. 어려운 수학 공식을 쉽게 풀어주고, 복잡한 과학 원리를 사례로 설명하며, 외국어 문장의 오류도 교정해 준다. 학생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반복해서 질문하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설명을 요청할 수 있다.

여러 학생을 동시에 지도해야 하는 교실과 달리 AI는 개별 학생의 질문에 즉각 반응할 수 있다.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받고 학습 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실제 교육 효과를 입증한 연구도 있다. 2025년 6월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의 실험에서는 물리학 수업에 참여한 학부생 194명을 대상으로 교육용 AI 튜터와 기존의 대면 능동학습 수업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교육학적 원리에 맞춰 설계된 AI 튜터를 이용한 학생들은 해당 실험에서 더 높은 학습 성취를 보였다. 학습에 소요된 시간도 AI 집단의 중앙값은 49분으로, 대면 수업의 실제 학습시간 60분보다 짧았다. 수업 참여도와 학습 동기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관찰됐다.

 

앞선 고교 수학 실험과는 다른 결과다. 그러나 두 연구가 상반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AI로 정답을 얻는 방식과 학생의 이해를 돕도록 설계된 AI로 학습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디지털 교육 전망 2026」도 이러한 차이를 강조했다. 생성형 AI가 과제 수행 능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교육적 지도 없이 사고 과정을 AI에 맡기면 실제 학습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제의 완성도와 학습 능력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AI가 작성한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학생이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볼 수 없으며, 정답을 얻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문제 해결 능력까지 높아졌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AI를 통해 얻은 지식이 학생 자신의 것이 되려면 무엇을 이해했고 어디에서 어려움을 겪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기술의 성능 못지않게 학생이 AI를 사용하는 방식이 중요해진 셈이다.

 

창의력을 넓히는 도구인가, 생각을 닮게 만드는가

 

AI의 영향은 수학이나 외국어 학습에 그치지 않는다. 글쓰기와 발표자료 제작, 미술과 디자인, 과학 탐구 등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활동에서도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환경문제를 주제로 발표를 준비하는 학생은 AI를 이용해 자료를 수집하고 여러 해결 방안을 비교할 수 있다. 혼자서는 떠올리기 어려웠던 아이디어를 접하거나 익숙한 주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AI의 제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겉으로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도 학생마다 다른 생각과 개성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2026년 3월호 국제학술지 「Thinking Skills and Creativity」에 발표된 연구는 이 문제를 살펴봤다. 연구진은 디자인공학 전공 대학생들이 생성한 728개의 아이디어를 분석해 생성형 AI가 창의적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결과는 단순하지 않았다. AI를 사용했다고 해서 아이디어의 수나 독창성, 주제의 다양성이 전반적으로 감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AI를 먼저 활용한 학생들은 이후 과제에서도 더 높은 독창성과 다양성을 보였다.

 

다만 AI를 활용한 아이디어들은 표현 방식에서 의미적으로 서로 가까워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주제 자체가 획일화된 것은 아니지만,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는 일정한 유사성이 관찰된 것이다.

 

AI가 창의력을 반드시 약화시킨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동시에 AI를 이용해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고 해서 그 과정이 모두 창의적이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기술을 활용하는 시점과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창의성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만을 뜻하지 않는다. 익숙한 설명을 의심하고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점을 형성하는 과정도 포함된다. AI가 수많은 선택지를 제안하는 시대다. 학생이 어떤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무엇을 수정하며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교육적 의미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AI 시대, 교육격차는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AI 교육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학생마다 기술을 접하고 활용하는 환경이 다르다는 점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의 보급으로 정보에 접근하는 문턱은 낮아졌지만, 모든 학생이 동일한 학습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니다.

 

생성형 AI에는 무료 서비스와 유료 서비스가 존재한다. 가정의 경제적 여건과 학교의 지원 수준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기능과 학습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 같은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질문을 구성하고 정보를 검증하는 능력에는 차이가 있다.

 

교육당국도 이러한 격차를 정책 과제로 다루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지난 8월 저소득층과 농어촌 지역 고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2026년 AI 온이음 사업' 신청을 받았다. 지원 규모는 약 12만 명으로, 교육 여건이 취약한 학생들에게 AI 서비스와 활용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는 실제 지원을 완료한 학생 수가 아니라 사업에서 설정한 지원 규모다. 교육당국이 경제적·지역적 여건에 따른 AI 활용 기회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별도의 지원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AI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교육격차가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에게 기술을 제공하는 일과 그것을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다르기 때문이다.

 

AI 활용에 익숙한 학생은 질문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여러 답변을 비교할 수 있다. 반면 경험이 부족한 학생은 그럴듯하게 작성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뿐 아니라 이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기존의 교육격차가 지역과 가정환경, 사교육 기회 등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면 AI 시대에는 디지털 활용 역량이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러한 차이가 국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추가적인 실증 연구가 필요하다.

 

기술이 교육의 기회를 넓혀줄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동시에 그 기회를 실제 배움으로 연결하는 조건이 학생마다 다를 수 있다는 현실도 함께 살펴야 한다.

 

AI가 완성한 답안, 학생에게 남은 배움

 

학교에서 과제는 학생이 배운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글을 작성하고 문제를 풀어주는 환경에서는 완성된 결과물만으로 학생의 실제 학습 수준을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AI로 작성한 보고서가 논리적으로 잘 정리돼 있더라도 학생이 그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AI의 도움을 받아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다시 정리했다면 학습에 도움이 된 사례가 될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같다. 그러나 학습의 과정과 결과는 다르다. 학생의 사고를 돕는 기술과 사고를 대신하는 기술 사이에 교육적으로 중요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교사에게도 새로운 고민을 안긴다. AI를 이용해 작성한 과제를 어디까지 학생 자신의 성과로 인정해야 하는지, 결과물의 완성도와 실제 이해 수준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해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가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자녀가 AI로 숙제를 빠르게 마치면 학습 효율이 높아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간을 절약한 만큼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학생 자신에게 있다. AI가 제시한 답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과 그 답에 의존하는 것의 차이를 스스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고교 수학 실험은 그 차이를 보여준다. AI를 이용한 연습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혼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험에서는 비교집단보다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학생의 풀이 과정을 지원하도록 설계된 AI에서는 같은 양상의 성적 하락이 확인되지 않았다.

 

하버드대 연구 역시 AI의 활용 방식이 학습 효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두 연구 모두 제한된 대상과 교육환경에서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AI가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한 찬반 논리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생성형 AI의 성능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학생의 사고력과 판단력도 저절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과제의 완성도보다 그 과정에서 학생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살펴야 할 이유다. AI의 도움으로 얻은 결과가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일은 앞으로 교육 현장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AI는 이미 많은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그 답을 이해하고 있는가. 자신의 생각으로 다시 판단하고, AI의 도움 없이도 배운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가.

 

정답을 얻는 일이 쉬워진 시대,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기회까지 AI에 맡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대한민국 교육이 깊이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다.

 

 

다음 제3편「세계는 AI 교육의 길을 찾고 있다… 대한민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에서는 국제기구와 주요 국가의 AI 교육정책, 학교 현장의 대응과 교육체계의 변화를 살펴본다.

작성 2026.11.06 18:16 수정 2026.11.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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