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석의 ON 시(詩)그널] 문에스더 시인의 ‘AI 시대’가 건네는 꽃 한 송이의 수업

무궁화를 몰랐던 아이들

검색보다 먼저 꽃밭으로 데려간 선생님

아이의 ‘와!’ 한마디에서 시작된 공부

사진=AI생성

 

[편집자 주]

 

메마른 일상에 따뜻한 '시(詩)그널'을 켭니다. 행간에 담긴 마음의 떨림 속에서 바쁜 일상에 잊히기 쉬운 '인권과 존엄'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인권온에어가 전하는 詩 한 편이 당신의 오늘에 다정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검색창보다 먼저 보여 주고 싶었던 것

 

아이들에게 무궁화꽃이 무엇인지 물었다. 금방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머뭇거린다. 요즘 같으면 휴대전화를 꺼내 검색하거나 AI에게 물어보면 몇 초 만에 사진과 설명이 나온다. 그런데 문에스더 시인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 아이들을 무궁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AI 시대

 

무궁화꽃이
뭐냐고 물었더니
얼른 대답 못하는
유치원 아이들

 

AI가 알려 주는 것보다
무궁화동산으로
아이들을 초대했더니

 

“와,
무궁화다!”

 

꽃 한 송이가 먼저 가르쳤다.

 

_문에스더

 

아이들에게 길고 자세한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꽃 앞에 서자 “와, 무궁화다!”라는 말부터 나왔다. 이름을 외운 것이 아니라 눈앞에서 만난 것이다. 꽃잎의 색도 보고, 가까이 다가가 보고, 친구와 함께 바라봤을 것이다. 그날 아이들에게 무궁화는 화면 속 사진이 아니라 실제로 본 꽃이 됐다.

 

이 시에서 마음에 남는 것은 마지막 한 줄이다. ‘꽃 한 송이가 먼저 가르쳤다.’ 선생님이 가르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선생님은 아이들이 직접 볼 수 있는 곳까지 데려가는 일을 했다. 말로 알려 주는 대신 만날 기회를 만들어 준 셈이다.

 

요즘은 모르는 것이 생기면 답을 찾기가 참 쉬워졌다. 나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검색부터 하고, AI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편리하고 빠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화면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꽃 이름은 검색할 수 있어도, 꽃 앞에서 아이가 내놓는 첫마디까지 대신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아이를 키우거나 가르쳐 본 사람이라면 비슷한 순간을 알 것이다. 책에서 여러 번 본 달팽이보다 비 오는 날 화단에서 만난 달팽이 한 마리를 더 오래 기억하고, 사진으로 본 나무보다 직접 만져 본 나무껍질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아이들은 몸으로 만난 것을 쉽게 잊지 않는다.

 

그래서 이 시를 읽고 나면 ‘AI 시대’라는 제목이 조금 재미있어진다. AI 이야기를 하는 시인데 마지막에 남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꽃 한 송이다. 아마 그날 아이들도 무궁화라는 이름을 다시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알아요. 우리 그때 봤잖아요.”

 

시인 소개

사진=문에스더 시인

 

문에스더 시인은 유아교육학 박사로 유치원 원장을 지냈으며 아동심리치료, 평생교육 등 다양한 교육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한국감성시협회 정회원으로 아하시 2기·3기·5기 과정을 수료했으며, 동인시집 ‘내일도 아하!’와 아하시 3집 ‘언제나 아하!’를 출간했다. 오랫동안 아이들과 만나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의 작은 장면을 따뜻하고 유쾌한 시선으로 시에 담고 있다.

작성 2026.11.03 00:16 수정 2026.11.03 00:16

RSS피드 기사제공처 : 인권온에어 / 등록기자: 전준석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